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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14)

역전의여왕, 나에게 용기를 심어준 지하철 장면!




 역전의여왕(15회)에서는 황태희(김남주)와 봉준수(정준호)가 각각 홀로서기를 해 나가는 모습과 구용식본부장(박시후)이 황태희에 대한 마음을 접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연출되었습니다. 

그리고 15회에서,  저에게는 잊지 못할 명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직장인의 애환을 감동으로 승화시킨 지하철 프레젠티이션 장면입니다.

기획개발팀과 경합을 앞둔 특별기획팀, 특별기획팀에서 ppt 발표를 맡은 사람은 다름 아닌 소유경(강래연)입니다.
소유경은 착하고 능력있는 직장인이지만, 무대울렁증이 있어 남앞에서 이야기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그런 소유경을 위해 역전의 용사들이 뭉쳤습니다.

황태희와 목부장(김창완), 유경은 지하철을 탔습니다.황태희가 유경에게 지하철에서 발표를 해보라고 권유합니다. 유경은 못하겠다고 하면서 눈물을 보입니다. (저도 남앞에서 말을 잘 못해서인지 그런 유경이 정말 안쓰럽더군요 )
이에 마음약한 목부장은 유경을 괴롭히지 말고, 프레젠테이션을 태희가 하면 되지 않겠냐고 유경을 두둔합니다.
황태희가 '부장님이 이러시는거 유경씨 위하는거 아니에요.채찍질해서 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채찍질해야죠.못하겠으면 말아라, 그렇게 주저 앉히는게 아랫사람을 위하거 아니에요"하고 일침을 가합니다.
그리고 유경에게 '회사에서 착한 사람은 독해도 일잘하는 사람이다'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은근히 저에게도 비수가 꽂히는 말이었습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목부장이 먼저 사람들앞에 섰고, 이어 유경이 뒤따랐습니다. 김남주는 두말할 것도 없고,
김창완이나 강래연이 원래 연기를 잘한다고는 생각했었는데요.15회 지하철장면에서 두 사람의 연기는 연기라고 할수 없을 정도로 리얼하게 소화해 내고 있었습니다.


먼저 목부장입니다.


'저는 만년부장이고, 기러기 아빠입니다. 그리고 저는.... 저는.,.. 시한부 인생입니다.
병원에 갔더니 간암말기라고 6개월남았다고 했습니다. 마누라랑 아이들이 보고 싶었지만 가지 않았습니다.회사라도 다니다 죽어야 보험금이라도 탈 수 있기 때문입니다.참 보잘 것 없는 인생입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이 생겼습니다. 우리 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무능한 저를 선배라고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할 것입니다.'



이제는 드라마보면서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저였는데...ㅡ.ㅡ.;
'시한부인생입니다' 할때부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인생이라는거 어쩌면 정말 보잘것 없지만, 목부장의 말처럼 꼭 뭔가 해야 할 일을 만든다면, 인생은 살아갈만하다는 진리를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목부장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고,
망설이던 유경이 용기를 내어 사람들 앞에 섭니다.


'저는 소유경입니다. 동생이 셋이고, 장녀입니다. 어릴때는 많은 것들을 동생들에게 양보했고, 대학교때는 동생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한학기를 걸러 휴학해야 했습니다. 어디에도 저는 없었습니다. 존재감도 자존심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눈치만 보면서 살다보니까 존재감도 쓸모도 없는 인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구조조정대상자입니다. 회사에서는 저같은거 필요없다고 했습니다.
마지막기회를 잡았습니다.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해야 하는데 너무 겁이 나서, 다른 사람의 희망까지 내가 다 망쳐버릴까봐 덜덜 떨고만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무서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도 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것입니다.
세상에 나란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구본과 비서, 껌딱지커플이 숨어서 보고 있었네요~ 여전히 찰떡궁합을  과시하면서 )

유경의 연설은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지금의 제모습과 너무 닮았기 때문입니다.
저또한  그저 그냥 있는듯 없는듯 조용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저도 세상에 나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졌습니다.


역전이라는 게 꼭 성공이어야 하는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버리고 싶었던 나쁜 습관, 고치고 싶었던 성격이나 행동들을 고쳐내고, 변화시키는 것도 성공이며,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역전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목부장과 유경의 변화는 역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역전의 여왕은  지하철 장면을 통해,  직장인이라 불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애환을 감동적으로 풀어주었습니다그리고 그것이 마치 저의 이야기인것만 같아 더 많은 눈물을 흘렸나 봅니다.
유경의 말처럼, 저도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목부장의 말처럼 내가 해야 할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면서, 제 인생을 희망이란 단어로 바꾸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해준 '역전의여왕'에게 감사드립니다.

(사진 : 역전의여왕 방송캡쳐)